미국 1.5세 개발자가 공유하는 미국 이민 정보

American Dream. 

누구나 한 번쯤 삶이 힘들거나 도전을 해보고 싶을 때 이민을 생각해 본다. 오키 개발자 커뮤니티를 눈팅하다 보면 꽤나 자주 접하게 된다. 이제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많은 인생을 보낸 1.5세 개발자로서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을 간단히 공유해보겠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며 내가 살고 있는 미국 동부 지역 노바 (NoVA: Northern Virginia. DC/VA/MD를 묶어서 부르는 단어) 에 적용되는 것들이다.

1. 음식

가까운데는 차로 15분, 멀어도 30분 거리에 여러 한인 마트들 (롯데, H 마트, 그랜드 마트 등) 이 있어서 밥 해 먹는다. 햄버거 같은건 어디 놀러갈때 먹지 주식은 밥이다.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 

한국 식당들도 많다. 순두부, 국밥, 순대, 곱창, 삼겹살, 갈비, 짜장면, 눈꽃빙수, 파리바게트, 뚜레주르 등 거진 웬만한 메뉴는 이미 다 있고 거리도 차로 평균 30분 반경에 위치해 있다. 센터빌 (Centreville) 에 백종원의 홍콩반점 들어왔다가 금방 망하고 애난데일 (Annandale) 에는 강남 핫도그가 들어온다고 들었다.

한식 외에 일식, 중식, 인도식, 스페인식 등 다양한 인종만큼 종류도 많다. 




2. 차

뉴욕 안에서 살지 않는 이상 차가 없인 살 수 없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생각하고 아이가 있다면 학교와 학원을 데려다주어야 한다. 그러니 미국에 와서 집을 산다면 스쿨버스가 다니는 반경 안에 있는지 꼭 확인하자. 

대충 계산했을때 세단 풀탱크 채우는데 40-50불 정도 들고 일주일에 한번씩 넣는다고 치면 한달에 기름값만 200불이다. 

버지니아 최저 시급이 8불이다. 



3. 한국 예능, 드라마

옛날엔 비디오 빌려서 봤던 시절도 있는데 요즘엔 세상이 좋아져서 넷플릭스로 볼 수도 있는데 웹하드를 많이 쓴다. 전부 다운받아 보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에 사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볼 수도 있다. 부모님들은 퇴근하면 심심하고 할 게 없으니 예능과 드라마는 꼭 챙겨들 보신다.




4. 취업

취업 검색 사이트

회사 검색/리뷰 사이트


어느 나라로 이민을 가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완벽하게 준비를 해도 어려운 게 이민이니까. 위의 사이트들에서 내가 원하는 커리어를 검색해서 자격 조건들을 살펴보고 내 스펙이 요구 조건들을 충족하는지 객관적으로 생각해보길 바란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취업의 문턱이 높다. 주변에 대학 갓 졸업한 애들도 취업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내가 만약 이민을 가면 현지인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여기서 포인트는 커뮤니케이션이다. 대부분의 공고에는 strong communication skills가 필요하다고 쓰여있다. 그만큼 영어가 킹왕짱 중요하다. 언어의 벽 때문에 한인 회사에 가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 한국말만 쓰니 영어는 하나도 안 늘고 Job Pool이 적다 보니 커리어에 도움될만한 거 하기 힘들고 회사 규모가 작으니 연봉도 적고 미국 회사 취업 안되니 또 다른 한인 회사로 옮기고 악순환의 반복이 시작된다.

노바가 디씨 근처고 디씨가 미국의 수도인 만큼 정부 기관이 많으니 정부 프로젝트도 많다. 대신 정부 프로젝트는 최소 영주권 이상, 좋은 자리는 거짓말 테스트를 거치기도 하는 Clearance를 요구하는 데가 많다.

버지니아엔 McLean, MerrifieldFairfax (스카이캐슬에서 많이 나온 동네 이름) 에 회사들이 많다.



미국 회사 (개발자 한정) 가 어떤지 궁금할 텐데 내 경험을 살짝 공유하자면 일단 인도인이 아주 많다. 근데 높은 자리에는 거의 백인이다. 아시아인으로서 더 높이 올라가는 게 생각보다 힘들다. 줄도 잘 타야 한다. 나보다 나중에 들어온 어린 백인애가 백인 매니저와 같은 학교 출신이라 진급을 로케트 발사하듯이 했다. 실력적으로만 봤을 때 나보다 아래여서 허탈했다. 

좋은 점도 많다. 워라밸을 중요시 생각한다. 법 때문도 있지만 함부로 야근을 시키지 않는다. 회식 같은 것도 거의 없다. 능력이 정말 뛰어나다면 인정받을 수 있다. 







5. 연봉

FAANG 같은 곳은 초봉으로 10만불 (1억) 준다더라해서 혹하면 안된다. 노바 지역도 없지는 않다. 

버지니아 내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하면 학사 기준 5만-8만 불 정도의 초봉을 기대할 수 있다. 엔지니어링 계열 전공은 타 전공보다는 조금 더 높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준수하네?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다. 

경력직이라면 더 받을 수 있다. 대신 앞서 말한대로 미국 회사에 취업했을때의 얘기다.




예를 들어보자. 

나는 가장이고 부양해야 할 가족이 부인과 자식 두 명을 포함 세명이다. 운 좋게 미국회사에 취업해 8만 불이나 받게 됐다. 이정도면 충분할까?

미국 2019년 연방 (Federal) 소득세를 보니 연봉이 78,500불 이하면 세금이 12%라고 한다. 그 이상을 벌면 연봉과 78,500불의 차이 금액에 대한 세금이 22%로 늘어난다. 

연방 소득세 외에 주 (State) 세소셜 시큐리티 세가 있다. 세금을 다 합쳐서 대략 25%로 계산하면 실수령액이 대강 나온다.

Gross income: 80,000불
Net income: Gross income x 0.75 = 60,000불
한달 실수령액: Net income / 12 = 5,000불

4인 가족이니 타운하우스에 산다고 치자. Fairfax 타운하우스 렌트비가 2,500불 정도 할거다. 이제 반 남았다.

없어서는 안될것들을 예상가격과 나열해보면
  • 자동차 두 대: 총 500불
  • 자동차 기름: 200불
  • 핸드폰: 100불
  • 전기세/가스세/유틸리티: 200불
  • 보험: 100불

이제 남은 1,500불로 장보고, 외식하고, 문화생활하고, 애들 학원 보내고, 쇼핑을 하면 된다.

한국에서 돈을 가져와 집에 돈이 안 나간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디씨아마존 본사가 들어올 예정이라 주변 지역 집값이 세다. 50만불 (5억) 정도 집이면 넷이 사는데 충분할거다. 대신 집을 사면 재산 보유세? (Property Tax) 를 내야한다. 자동차도 마찬가지.

미국의 시스템 자체가 월급의 많은 부분을 집 (Mortgage) 에 빠지게 만들어놨다. 

버지니아 가구 소득 중앙 값 (Median) 을 찾아보니 68,766불이라고 나온다.





6. 신분

일부러 제일 마지막에 적었다. 이민에 제일 중요한 건 신분이다. 신분이 없으면 취직도 못하고 집도 못 사고 차도 못 산다. 위에 있는 것들 다 감당할 수 있어도 신분 없으면 그냥 끝이다.

이처럼 신분을 유지하거나 얻기가 힘들기 때문에 사기꾼들이 판친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는 더더욱 어려워졌다. 

보통 운이 좋아서 아무 문제없이 진행되면 영주권 신청 후 받는데 최소 5년, 그 이후 시민권 받기까지 5년 정도가 걸린다.

미국 이민을 생각한다면 신분 관련 정보를 차고 넘칠 만큼 알아보고 공부하자. 







ps

앞서 적었듯 이민은 쉽지 않다. 미국인들 속에 섞여 사는 것도 힘들고 차라리 한국이었으면 더 기회가 많았을텐데 싶은 마음이 들 때도 많을것이다. 

내가 중학교 때 한국을 떠나와 30이란 나이가 되어서 느끼는 점은 아무리 늦어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와야 한다는 거다. 일단 언어의 질 자체부터 다르다. 중학교 때 오게 되면 한국어와 영어 모두 잘 못하는 요상한 상황이 벌어진다. 한국에서 온 애들을 FOB (Fresh Off the Boat) 이라고 부르는데 영어 안 되는 애들끼리 뭉쳐다니게 되고 따라잡을수 없는 격차가 벌어지는건 당연하다. 자식 때문에 미국으로 이민 가야 한다는 소리는 하지 말자. 자식은 당신의 결정에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희생양일 뿐이다. 

철저한 준비가 없는 이민이라면 나는 어떻게든 말리고 싶다. 한국에서 사는거 힘든 것 알지만, 미국도 쉽지 않다.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과 같은 문화에서 사는 것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허접한 글귀이지만 미국 이민을 준비하는 혹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기를 바란다.